"소개팅이요? 취업준비 할래요"…신입생부터 토익·학회·인턴 '뺑뺑이'

입력 2024-03-03 18:25   수정 2024-03-11 16:06


“3학년에 올라가는 대신 1년 휴학하고 취업 준비를 할 계획입니다. 토익 점수를 따고 학회, 아카데미, 인턴십 등을 통해 스펙도 쌓고 취업 방향을 정하려고요.”(서울 A대 인문계열 2년생)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이 대졸 공채 없이 경력 채용이나 수시 모집으로 채용 방향을 바꾸면서 취업문이 좁아진 영향이다. 5대 그룹의 대졸 공채 인원은 2014년 3만3900명에서 지난해 1만 명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공채가 줄어든 만큼 대학생들이 인턴십 등을 통해 회사로 진입할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채 3분의 1 토막…1학년부터 취업 준비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주요 대학은 신입생부터 진로·취업 관련 교과목을 본격 도입하고 있다. 1 대 1 취업 컨설팅 등 진로 관련 프로그램도 강화하는 추세다. 이처럼 주요 대학이 1학년부터 취업·진로 관련 지원을 하는 것은 재학생들의 취업 준비 시기가 점점 당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4학년이 돼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학생들이 최근에는 1학년부터 스펙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도 취미보다는 학회 등 취업과 관련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한다”며 “1학년들도 취업이 될 활동인지 아닌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전공의 복수전공 지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 ‘문과계열에서 취업하려면 경제 경영 복수전공은 필수’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화여대는 이 같은 학생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문경영이라는 융합전공을 개설했다. 이대 관계자는 “복수전공도 활용할 수 있지만 인문대 내에도 융합전공이 있어서 학문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휴학이나 졸업유예를 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재학생 신분으로 취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졸업을 미루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좁아지는 취업문, 문과는 갈 곳 더 없어
학생들이 대학 시절 내내 취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대졸자의 취업문이 크게 좁아졌기 때문이다. 5대 그룹 가운데 대졸자를 공채로 선발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다른 곳은 모두 경력직으로만 채용한다.

소위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민)로 불리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는 문과생을 뽑지 않는다. 신입은 개발자만 채용한다. 문과생도 지원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딩 테스트 등을 통과해야 해 문턱을 넘기 어렵다. 경력직만 채용하는 스태프 인력은 보통 5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문과 졸업자가 갈 수 있는 회사는 경쟁률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삼성 일부 계열사와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공채를 하는 유통사에 문과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 유통기업은 문과생들의 ‘마지막 보루’로 불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입 공채 경쟁률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며 “과거와 비교해 신입사원들의 학벌 등 스펙도 점점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신입 채용이 수시 채용으로 바뀌다 보니 연중 취업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한 취업준비생은 “일부 대기업은 학점만 보는 게 아니라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까지 확인해 1학년부터 전략적으로 살아야 한다”며 “문과는 취업문이 너무 좁아서 저학년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취업을 못하는 낭인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경력직 중심의 채용 방식 변화로 대학생이 경험을 쌓을 기회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바로 쓸 수 있는 경력이 인적 자원 비용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대학생들은 경험을 쌓을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규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인턴 제도를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생들이 다양한 직종의 회사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영연/박시온/안정훈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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